호치민에서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베트남 음식에 조금씩 익숙해진다.
쌀국수나 분짜처럼 이름도 잘 알려진 메뉴도 있지만, 길을 걷다 보면 ‘Ốc’이라고 적힌 가게 간판이 꽤 자주 보인다.
처음엔 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게 바로 해산물, 특히 조개와 고둥류를 뜻하는 말이었다.
어제 점심엔 베트남 음식점에서 ‘구운 참고둥(Ốc nướng)’을 먹었다.
Ốc은 한국으로 치면 소라나 고둥 같은 해산물이고, nướng은 ‘굽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이 메뉴는 참고둥을 구워서 내는 요리. 생소했지만, 주변에서 좋은거라며 권해주셔서 처음 먹어봤다.
음식이 나왔을 땐 생각보다 그럴듯한 비주얼에 놀랐다.
접시에 담긴 참고둥 껍질들이 윤이 나고, 일부는 껍질이 살짝 탄 듯한 모습도 있었다.
삶은 건줄 알고 있었는데, 구운 거였다.
한입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살을 꺼내서 딱 먹어보니, 탱글탱글한 식감에 쫄깃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리고 특유의 쌉싸름한 내장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훨씬 담백했다.
내가 먹은 건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데서 파는 건 아니고, 정식 베트남 음식점에서 주문한 요리였다.
그래서 그런지 소스도 정성스럽게 곁들여 나왔는데, 이게 또 신의 한 수였다.
하얀 색깔의 소스에 초록빛 다진 고추가 섞여 있었고, 비주얼만 보면 마요네즈 소스처럼 생겼다.
근데 맛은 전혀 다르다. 매콤하면서도 고소하고, 뒷맛은 깔끔했다. 참고둥의 담백한 맛과 너무 잘 어울리는 조합.
매운맛도 강하지 않아서, 해산물 본연의 풍미를 해치지 않았다.
내장까지 꺼내 먹어봤지만, 전혀 쓰지 않았고 오히려 건강해지는 느낌?
참고둥이 원래 간 기능이나 혈액 순환에 좋다고들 하잖아.
그런 걸 의식해서 먹는 건 아니었지만, 괜히 든든하고 건강한 한 끼 먹은 기분이었다.
참고로, 베트남의 Ốc 요리는 굉장히 다양하다. 볶은 Ốc, 구운 Ốc, 카레나 코코넛 밀크에 끓인 Ốc, 매콤한 양념에 무쳐낸 Ốc까지. 심지어 안에 돼지고기나 채소를 다져 넣고 구워낸 요리도 있다고 한다. 아마 지난번에 먹은,,호티키야시장에서 먹어본 거 ㅎㅎ
한국에선 참고둥이나 고둥을 단순히 삶거나 회무침으로만 즐기는데, 여기선 조리 방식도 다양하고, 소스 선택의 폭도 넓다.
덕분에 같은 Ốc을 먹어도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진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Ốc은 단순한 반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친구들과 맥주 한 잔 곁들이며 수다 떨 때 먹는 안주이기도 하고, 저녁 식사 대용으로도 즐긴다.
실제로 저녁시간대가 되면, ‘Ốc 전문점’ 앞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해산물에 대한 사랑이 한국보다 더 큰듯...하다. 내가 고기파라서 그렇게 느껴진 것 일수도 있고 ㅋ
호치민에서 지내면서 색다른 음식 도전해보고 싶다면, 꼭 한 번쯤 Ốc 요리를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구운 Ốc은 느끼하지 않고 깔끔해서, 생소한 이국 음식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도 괜찮을 거다.
내가 먹은 건 정식 음식점이었지만, 길거리 노점에서도 흔하게 팔고 있으니까, 분위기를 즐기면서 먹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다음엔 다른 종류의 Ốc 요리도 먹어볼 생각이다. 혹시 추천해줄 현지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조합으로 시켜보는 것도 괜찮을 듯. 먹을수록 빠져드는 Ốc의 매력, 호치민에 있다면 꼭 한 번 경험해보길.
📌 TIP – Ốc을 먹을 때 주의할 점
- 껍질이 단단하고 살짝 탄 듯한 것이 더 고소하다. 근데..좀 질길수도 있다.
- 내장이 싫은 사람은 소스만 살짝 찍어 꺼낸 살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
- 현지 노점에서는 위생 상태를 체크하고, 너무 붐비는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