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아침, 해먹 쉼터에서 맞이한 의외의 여유
화요일 아침, 평소처럼 출근하던 길이었다.
소니가 운전하던 차가 갑자기 덜덜 떨리더니, 갓길에 멈춰 서더라.
뭔가 이상하긴 했지. 그런데 세상에, 거기가 현대자동차 판매장이랑 서비스센터가 같이 붙어 있는 곳이었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놀랍다고 해야 하나... 출근길에 그런 기막힌 정차라니.

근데 거기 멈춘 자리가 또 예술이었다. 카페 같은데... 실내인지 실외인지 알 수 없는 구조.
천장은 있고 기둥은 있는데, 벽도 없고 문도 없고. 그냥 바람 솔솔 통하는 구조에 해먹이랑 플라스틱 테이블, 의자까지 세팅돼 있는 곳.
완전 노천 해먹 쉼터. 처음엔 여기가 뭐지? 싶었는데, 베트남에선 바이크 타다 덥거나 피곤하면 이런 데 들어와서 쉬는 게 일상이라네. 문득, 아 여긴 ‘쉼’을 파는 나라구나 싶었다.

우리도 거기서 잠깐 멈췄지. 커피 두 잔에 음료 하나 시켰는데, 커피는 베트남식 핀커피. 진하고, 고소하고, 달콤하고... 어쩐지 무릎을 탁! 칠 맛이었다.
두 잔에 3만동. 음료는 2만동. 너무 착한 가격. 근데 그 와중에 소니는 중앙선 넘어서 엔지니어 데려오고, 차 보러 막 땀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고... 미안하고 고맙고, 괜히 짠하고.

해먹에 누워봤다. 처음이니까 당연히 어색하지. 근데 누워 있으니 이상하게 편안하더라. 천장에 도마뱀이 어슬렁, 옆에선 오토바이 부릉부릉, 차도 쌩쌩... 근데 나는 해먹에서 살짝 졸고 있음. 막 있다보면 여기가 어딘지...신기하고, 근데 또 온몸에 먼지가 달라 붙는 느낌도 들고...근데 또 선풍기 바람 좀 맞고 있다보면 기분도 좋아지고..😁문제는, 나중에 보니 해먹에 거꾸로 누웠더라고. 머리 자리가 따로 있는데 나는 발 쪽에 머리 박고 누운 거지. 높은 쪽에는 머리를 두시라~😁 소니랑 여사님이 막 웃더라. 알려줘서 다시 바로 누웠지 뭐야.

그날 결국 선과장에서 차 보내줘서 출근은 했는데, 그 사이 나는 온몸에 베트남 먼지를 뒤집어쓰고 사무실 도착. 손 씻었더니 물이 시커멓게 나오는 거 있지. 그제야 알겠더라. 왜 여기 사람들이 바이크를 타든, 길거리를 걷든, 다 마스크 쓰고 다니는지. 나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 숨이 너무 막혀서 못 쓰겠다. 더워도 너무 더워. 내 폐가 사막이 되는 기분이야.

그리고 그날 아침, 소니가 가져온 찹쌀떡도 빼놓을 수 없지. 바나나잎에 싸여 있던 그 떡. 쫀득쫀득 찹쌀 안에 달달한 코코넛 채가 가득. 와~ 진짜 맛있더라. 기분 좋게 먹고, 해먹에서 쉬고, 먼지 뒤집어쓰고... 이게 바로 베트남식 출근 루틴인가 싶었다니까.
근데 진짜 놀란 건 그날 퇴근길이었다.
아침에 해먹 쉼터를 처음 봤다고 감탄했던 내가... 저녁에 보니 그 길에 해먹 쉼터가 수두룩하더라.
50일 넘게 아침저녁으로 다녔던 길인데, 단 한 번도 못 봤던 그 해먹들.
사람이 한 번 보면 잘 본다더니,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 거 맞는 말이었어. 그날 따라 해먹만 눈에 띄더라고.
어쩌다 멈춰 선 덕분에 반강제로 쉬었지만, 덕분에 새로운 베트남의 일상을 알게 된 하루였다.
역시 인생은 예상치 못한 정차에서 시작되는 거지. 그 쉼표가 아니었다면 해먹에서 도마뱀 구경하며 커피 한잔하는 여유는 못 누렸을 테니까. 소니 고마워~ 근데 또 미안하네... 소니 넌 한글 안친하니까.. 여기 올려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