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포멜로 밭에 다녀왔습니다. 머리 찧은 썰 포함🍊

 
월요일(5월 5일)에 포멜로 재배지를 다녀왔다.
출장 업무 차 다녀온 거지만, 전문적인 내용은 잠깐 내려놓고 그냥 일반적인 시선으로 쭉 담아본다.🎶
 

포멜로 밭(재배지) 방문, 롱안성

평소에 포멜로를 자주 보기는 하지만, 실제 밭에서 본 포멜로 나무랑 열매는 꽤 인상적이었다.
포멜로는 연중 생산된다고 한다. 지역마다 조금씩 수확 시기는 다르겠지만, 지금도 수확 중인데 나무에는 꽃도 한창 피고 있었다. 열매 달려 있고, 꽃 피고, 잎도 무성하고.
 
어찌 보면 당연한 자연의 순환인데, 한국의 귤이랑 비교하면 또 색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귤 따고 나면 겨울 오고, 잎도 떨고, 꽃은 그 다음 봄이나 초여름쯤에 피는데 말이다.
 
10년 전쯤 호주에 오렌지 검역 갔을 때도 그랬다.
꽃은 피고, 오렌지는 수확하고. 심지어 수확 안 하면 작년 물 빠진 오렌지가 그대로 나무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열대기후에서는 계절 개념이 우리가 생각하는 사계절과 다르니 그게 또 당연한 일인 건데도, 익숙하지 않다 보니 늘 새롭다.
 

포멜로 수령 10-12년, 부합품종

 

이번에 본 포멜로는 '부합'이라는 품종이었다. 이 품종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다른 품종을 먹어보지 못해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자몽의 쓴맛이 없다. 물론 속껍질,, 귤락이라고 하는 그런 흰색부분을 한입 입에 넣어보면,,,아 그래...얘도 자몽의 조상이지..싶을꺼다. 쓰다..무지 쓰다. 포멜로 드시는 분들은 꼭 속껍질 다 까고 드시라!!! ***)

그래서 한국에 수출되는 포멜로는 모두 부합(Buohp) 품종이다. 제일 오래된 나무도 12년 수령 정도라고 하고, 이번에 갔던 롱안성과 띠엔장 지역의 농장들은 대체로 5~6년 수령의 나무들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무가 꽤 크다. 일부러 키를 크게 키운다고 하는데, 실제로 나무 아래서 사람 서 있으면 그늘이 꽤 생긴다.
 

한국 수출 포멜로 농장

 

수출용 농장이라 그런지 전반적인 관리도 잘 되어 있었다.
풀도 깔끔히 관리돼 있고, 병해충 관리를 잘하고 있었다. 해충이 나무를 타고 올라오지 못하게 석회를 줄기에 발라놓았는데, 처음 보면 살짝 이질감이 들 수도 있다. 나무 밑동이 하얗게 칠해져 있으니 생경하게 느껴지긴 하더라.
 
잎은 운향과답게 우리나라 한라봉이나 감귤 잎처럼 반짝반짝한 광택이 있다.
잎을 살짝 자르면 시트러스 특유의 향이 퍼지는데, 개인적으로 이 향 너무 좋다. 뭔가 정신이 번쩍 드는 향이다.
 
그리고, 수출되는 포멜로 중 가장 큰 크기는 10kg 박스에 6과가 들어간다. 한 개가 거의 2kg 가까이 되는 셈이다. 나무에서 그 무게를 버티고 잘 매달려 있다는 게 꽤 대단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농가에서 보면 어른 주먹, 아니 머리통 만한 큰 포멜로들이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그 풍경이 참 재밌었다.
 
그날 나는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지나가다가 시야가 가려서 위에 포멜로 달린 걸 못 보고, 머리를 제대로 찧었다. 생각보다 많이 아팠는데, 본능적으로 머리를 만지기보다 포멜로부터 먼저 잡았다는 슬픈 에피소드가 있다... 주변 분들이 다 보고 웃으셨다. 나도 민망해서 같이 웃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포멜로 걱정부터 한 걸 보면 나도 식물검역관이 맞긴 맞다 싶다.
 

수확기가 얼마 안남은 포멜로

 

전에 무이네 갔을 때 여행상품 중에 용과 농장 방문 코스가 있었던 게 기억난다. 아마 이쪽 롱안성, 띠엔장에도 포멜로나 레드 드래곤프룻 농장이 꽤 많아서 그런 체험상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주도 가서 귤 따는 체험은 해봤는데, 포멜로 따는 체험도 한번쯤 해보고 싶긴 하다. 물론, 실제 농가에 괜히 방해될까 싶어 그냥 상상만 해본다.
 
요즘 호치민은 진짜 덥다.
오래 사신 한인분 말로는 5월 초가 가장 더울 때고, 우기가 시작되는 6월이 되어야 좀 살 만하다고 하셨다. 그 말 진짜 백퍼 공감된다. 하늘은 늘 회색빛이고, 근데 또 햇빛은 미친 듯이 쨍하고, 땀은 절로 난다. 월요일 농장 방문 날도 똑같았다. 그늘 아래 있어도 소용없고, 잠깐 대화 나누는 사이 땀으로 샤워했다.
 
그래도 그런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도 묵묵히 포멜로 키우고 수확하는 농가를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 무거운 포멜로들이 가지에 잘 달려 있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농사 짓는 분들 모습은 다 비슷하다.
자식처럼 작물을 키우고, 한 송이 꽃 피는 것도, 한 알 열매 맺는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 정성.
그런 마음으로 한 계절 한 계절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또 한 해가 훌쩍 지나 있다.
그 일정에 맞춰 일을 하다 보니, 식물검역관으로 살아가는 내 삶도 그 흐름을 닮아간다.
수확기가 되면 수출검역으로 바쁘다가, 수확한 작물이 시장으로 다 빠져나가면 수출도 끝나고,
겨울에는 농가 교육 다니고, 봄이 되면 재배지 돌아보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오고,
조생종 작물들이 익기 시작하면 또 수확철, 다시 가을.

시간은 늘 빠르다. 붙잡을 수도 없다.
그래서 더더욱, 내 시간을 내가 아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루하루, 내 자리에서 잘 살아가려 한다.😊